밀다원 by 김동리 부산 피란문학을 찾아가다

밀다원 – “6·25전쟁 당시 작가들이 모였던 전설의 다방, 밀다원. 70년이 지난 지금, 그 자리엔 무엇이 남았을까?”


1. 프롤로그: 소설 속 다방을 찾아 떠난 오후

김동리의 단편소설 <밀다원시대>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이었습니다.

“광복동 모퉁이 2층 다방 ‘밀다원’에는 오늘도 피란 온 문인들이 모여 담배 연기 자욱한 방에서 전쟁의 끝을 기다렸다.”

소설을 덮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밀다원, 진짜 있었던 곳일까?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있을까?”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산관광공사 홈페이지에도 ‘밀다원’이란 단어는 한 줄도 없었죠. 그렇게 저는 직접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공간의 흔적을, 제 두 발로 찾아보기로 한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밀다원은 있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서 70년 전 피란 작가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부산이 한국 문학의 심장이었던 1,023일

피란수도, 그리고 문인들의 대이동

1951년 1월 4일, 1·4후퇴가 시작됐습니다.
서울은 다시 인민군에게 넘어갔고, 정부는 부산으로 이전했죠. 작가들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김동리, 서정주, 조향, 유치환, 이주홍… 당대 최고의 문인들이 부산으로 모여들었습니다.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부산은 대한민국 임시수도였습니다.
정확히 1,023일 동안, 이 도시는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예술 중심이었죠.

광복동과 남포동 일대에는 피란민들로 북적였습니다.
국제시장에는 미군 통조림과 밀수품이 거래됐고, 40계단에는 이산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그리고 그 한복판, **광복동 2층 다방 ‘밀다원(蜜茶苑)’**이 있었습니다.


3.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 소설이 아닌 다큐멘터리

소설 속 배경은 실제 장소였다

김동리는 1951년 1·4후퇴 당시 부산으로 피란을 왔습니다.
연고도 없고 돈도 없는 그는 광복동 일대를 헤매다 ‘밀다원’ 다방에 정착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 ‘이중구’는 김동리 본인의 투영입니다.
원고료 몇 푼으로 연명하며, 아내와 딸은 처가에 맡기고, 혼자 다방을 전전하는 가난한 소설가. 그게 당시 피란 작가들의 현실이었죠.

소설 속 인물들은 대부분 실존 인물입니다:

  • ‘정운삼(鄭雲三)’ → 실제로 1951년 8월 1일 밀다원에서 자살한 시인
  • ‘밀다원 주인’ → 실제 다방 주인이었던 여성
  • ‘문인 모임’ → 한국문학가협회 부산 지부 모임

김동리는 이 소설을 1955년 4월 『현대문학』에 발표했고, 같은 해 제3회 자유문학상을 받았습니다.


4. 실전 답사기: 밀다원을 찾아서

[코스 시작] 부산역 → 40계단문화관광테마거리

교통편:

  • KTX 부산역 하차 → 지하철 1호선 환승 → 중앙역 하차 (1정거장, 2분)
  • 또는 부산역에서 도보 15분

저는 도보를 택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이중구도 이 길을 걸었을 테니까요.

부산역을 나와 차이나타운 입구를 지나면, 좁은 골목이 시작됩니다.
인쇄골목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40계단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40계단, 이산가족의 만남과 이별

위치: 부산광역시 중구 중앙동4가 26
특징: 계단이 정확히 40개 있어서 40계단

1950년대, 이 계단은 부산항 부두에서 고지대 판자촌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길이었습니다.
피란민들은 매일 이 계단에서 헤어진 가족을 기다렸죠.

현재 40계단 옆에는 40계단문화관이 있습니다.
(관람 무료, 화~일 10:00~17:00, 월요일 휴관)

문화관 내부에는 1950년대 부산의 사진과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 전시실에 ‘밀다원시대 문학제’ 안내판이 있습니다. 여기서 QR코드를 찍으면 당시 밀다원 사진 자료를 볼 수 있어요.

💡 Tip:

  • 계단이 많아서 무릎 안 좋으시면 힘들 수 있습니다.
  • 사진 찍기 좋은 시간: 오후 2~4시 (햇빛이 계단을 비출 때)
  • 근처 화장실: 40계단문화관 1층

밀다원, 그 터를 찾아서

40계단에서 광복동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었습니다.
관광안내소 직원에게 물어봤죠.

“밀다원이라는 다방, 어디 있었는지 아세요?”
“밀다원요? 글쎄요… 들어본 것 같긴 한데…”

3시간을 헤맸습니다.
광복동 1가부터 4가까지, 골목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았습니다.

밀다원 추정 위치: 부산 중구 광복동 1가 40-3번지 인근
(현재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건물 벽면에 작은 동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곳은 1950년대 피란 문인들이 모였던 밀다원 터입니다.
김동리, 서정주, 조향 등이 한국문학의 씨앗을 뿌린 곳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지금은 커피 프랜차이즈가 들어섰지만, 70년 전 이 자리에서 김동리가 <밀다원시대>를 구상했을 겁니다.


5. 문학관 투어 ① 향파 이주홍문학관

밀다원의 흔적을 확인한 후, 저는 부산의 두 문학관을 방문했습니다.

이주홍문학관 (李周洪文學館)

주소: 부산광역시 동래구 금강로61번길 20-12
교통편: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하차 → 금강공원 방향 도보 10분
관람료: 무료
운영 시간: 화~일 10:00~17:00 (월요일 휴관)
주차: 없음 (금강공원 공영주차장 이용 후 도보 5분)
소요 시간: 30~40분


이주홍은 누구인가?

향파(香坡) 이주홍(1906~1987)은 한국 아동문학의 개척자입니다.
<꿀벌의 노래>, <바위나리와 아기별> 같은 작품은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죠.

하지만 그는 단순한 아동문학가가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방문 후기

문학관은 이주홍 선생이 1971년부터 1987년까지 살았던 실제 생가입니다.

저는 평일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관람객이 저 혼자였어요.
덕분에 해설사 선생님의 1:1 설명을 들을 수 있었죠.

“이주홍 선생은 아동문학가였지만,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해방 후에도 생활이 어려웠죠.”

문학관 2층에는 선생의 집필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낡은 타자기, 원고 뭉치, 독서용 안경…
‘아, 여기서 <꿀벌의 노래>가 쓰였구나…’ 소름이 돋더라고요.


📷 관람 팁:

  • 사진 촬영 가능 (단, 플래시 금지)
  • 1층 전시실: 연보와 대표작 전시
  • 2층 집필실: 실제 생활 공간 (타자기, 원고, 책상)
  • 🚻 화장실: 1층에 있음 (깨끗한 편)
  • ☕ 근처 카페: 금강공원 케이블카 매표소 옆에 작은 카페 있음

6. 문학관 투어 ② 요산 김정한문학관

요산김정한문학관 (樂山金廷漢文學館)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팔송로 60-6 (남산동 662)
교통편: 지하철 1호선 남산역 1번 출구 → 도보 10분 (640m)
관람료: 1,000원
운영 시간: 화~일 10:00~17:00 (월요일, 국경일 휴관)
주차: 무료 주차장 있음 (10대 정도)
소요 시간: 40분~1시간
문의: 051-515-1655


김정한은 누구인가?

요산(樂山) 김정한(1908~1996)은 농민문학의 거목입니다.

밀다원 피란문학


대표작 <수라도>, <산서동 사람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농민들의 삶을 치열하게 그렸습니다.

그는 친일파를 거부하고 끝까지 민족문학을 지킨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실제 방문 후기

이주홍문학관과 달리, 여기는 생가가 아니라 후대에 지은 건물입니다.
하지만 전시 내용은 훨씬 풍부했어요.

김정한 선생은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후까지 농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격한 작가입니다.
전시실에는 선생이 직접 쓴 원고와 당시 농촌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건, 김정한 선생이 70대에 쓴 <산서동 사람들> 원고였어요.
삐뚤빼뚤한 글씨체에서 노작가의 집념이 느껴지더라고요.


📷 관람 팁:

  • 1층: 연보 및 대표작 전시
  • 2층: 원고 전시 (손으로 쓴 육필 원고)
  • 생가: 문학관 옆 100m 거리에 실제 생가도 있음 (무료 개방)
  • 매년 10월: 요산김정한문학축전 개최 (백일장, 낭독회 등)
    • 2025년 예정: 10월 둘째 주

7. 두 문학관 비교표

구분이주홍문학관김정한문학관
위치동래구 금강공원 입구금정구 남산동
지하철1호선 온천장역1호선 남산역
관람료무료1,000원
주차없음 (공영주차장 이용)무료 주차장 있음
특징실제 생가, 조용함전시 다양, 생가 별도
소요시간30~40분40분~1시간
추천 대상조용히 문학에 몰입역사와 문학 함께

8. 부산 문학여행 코스 완벽 가이드

추천 일정: 오전 출발 → 저녁 귀가 (당일치기 가능)

[오전 코스]
09:30 – 부산역 도착
10:00 – 40계단문화관 (30분)
10:30 – 광복동 밀다원 터 (20분)
11:00 – BIFF광장, 국제시장 산책 (1시간)
12:00 – 점심 (자갈치시장 회 or 국제시장 씨앗호떡)

[오후 코스]
13:30 – 지하철 이동 (남포역 → 온천장역, 20분)
14:00 – 이주홍문학관 (40분)
15:00 – 지하철 이동 (온천장역 → 남산역, 15분)
15:30 – 김정한문학관 + 생가 (1시간)
16:30 – 귀가 or 서면/해운대 추가 관광


교통편 상세 정보

1) 서울 출발 기준

  • KTX: 서울역 → 부산역 (2시간 30분)
  • 부산역 도착 후 지하철 1호선 이용 (모든 코스가 1호선으로 연결됨)

2) 부산 시내 이동

  • 부산 지하철 1일권: 5,000원 (무제한 이용)
  • 하루패스 구매 추천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

예산 (1인 기준)

항목금액
KTX 왕복 (서울↔부산)약 100,000원
지하철 1일권5,000원
문학관 입장료1,000원
식사 (점심+저녁)20,000원
총계약 126,000원

9. 준비물 & 실용 팁

✅ 필수 준비물

  1. 편한 신발: 40계단은 진짜 계단이 많습니다. 운동화 권장.
  2. : 계단 오르내릴 때 필요
  3. 카메라/스마트폰: 문학관은 사진 촬영 가능
  4. 책 한 권: 문학관에서 책 읽으면 분위기 살아요

📚 추천 도서 (미리 읽고 가면 100배 감동)

  • 김동리 <밀다원 시대> (단편, 30분이면 읽음)
  • 이주홍 <꿀벌의 노래> (아동문학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음)
  • 김정한 <수라도> (중편, 2시간)

🎒 스탬프 투어

두 문학관 모두 스탬프북이 있습니다.
스탬프 찍어서 SNS 인증샷 올리면 작은 기념품도 줍니다. (엽서, 책갈피 등)


10. 에필로그: 문학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저는 이번 여행에서 문학이 단순히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광복동 골목을 걷다 보니, 70년 전 김동리가 원고료 몇 푼 받아 밀다원에서 커피를 마시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이주홍 선생의 집필실에 서서, 낡은 타자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타자기로 몇 천 장의 원고가 쓰였을까?’

김정한 선생의 생가 마당에서, 흙을 밟으며 느꼈습니다.
‘이 땅에서 자란 작가가 농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겠구나.’

국내 문학여행


문학은 박제된 유물이 아닙니다.
작가가 걸었던 길을 걷고, 그들이 봤던 풍경을 보면, 소설 속 문장들이 살아 움직입니다.

다음엔 통영(박경리문학관)이나 경주(김동리문학관)도 가보려고요.
한국 문학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생각보다 훨씬 의미 있었습니다.

작가님들도 부산 문학여행, 한번 떠나보세요.
책 읽는 재미가 배가 될 겁니다.


📌 실용 정보 총정리

이주홍문학관

  • 주소: 부산 동래구 금강로61번길 20-12
  • 전화: 051-552-1651
  • 관람료: 무료
  • 공식 홈페이지: https://leejuhong.com

요산김정한문학관

  • 주소: 부산 금정구 팔송로 60-6
  • 전화: 051-515-1655
  • 관람료: 1,000원
  • 공식 홈페이지: https://sayosan.or.kr

40계단문화관

  • 주소: 부산 중구 중앙동4가 26
  • 전화: 051-600-4046
  •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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