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토지』 – 통영 꿀빵: 소설 속 장터 음식의 재현 5부, 총 5000쪽을 넘는 이 작품은 1897년부터 1945년까지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여러 가족과 여러 세대의 삶을 그려낸다.
경주의 양반가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거대 서사 속에서, 음식은 어떤 역할을 할까?
『토지』의 주 배경인 경주와 인근 지역의 음식문화는 한국 전통 음식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토지』의 웅대한 서사 속의 작은 음식
박경리(1926-2008)의 『토지』는 한국 문학사 최대 규모의 장편소설이다. 5부, 총 5000쪽을 넘는 이 작품은 1897년부터 1945년까지의 한반도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여러 가족과 여러 세대의 삶을 그려낸다.
경주의 양반가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거대 서사 속에서, 음식은 어떤 역할을 할까?
『토지』의 주 배경인 경주와 인근 지역의 음식문화는 한국 전통 음식문화의 정수를 담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이 다루는 시대적 배경—개항기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에 이르는 시간—을 생각할 때, 음식은 단순한 생존의 수단이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가 된다.
근대로 접어들면서 전통 음식문화는 어떻게 변했는가?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는가? 이런 질문들이 『토지』라는 작품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통영 꿀빵: 명치시대의 근대성과 전통의 만남
『토지』의 등장인물들이 자주 언급하는 음식 중 하나가 ‘꿀빵’이다. 특히 통영 지역의 꿀빵은 작품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꿀빵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밀가루 반죽을 틀에 부어 구운 후, 그 속을 파내고 팥과 꿀을 섞은 것을 채우는 음식이다. 꿀빵은 일본의 ‘다이야키(たい焼き)’에서 기원한 음식으로, 개항과 함께 한반도에 전해졌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꿀빵은 단순한 외래 음식이 아니라, 한국식으로 변용된 새로운 음식이 되었다.
통영이라는 지역은 경남의 해안 도시로, 일찍부터 일본인 거주자들이 많았다. 때문에 일본의 음식문화가 다른 지역보다 일찍, 그리고 더 깊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지의 재료와 취향에 맞게 변형되었다. 통영 꿀빵은 바로 그런 문화적 만남의 결과물이다. 일본식 다이야키의 형태에, 한국의 팥과 꿀을 채운 음식. 이것은 근대 한반도의 문화 혼종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음식이다.
박경리 텍스트 속 꿀빵
『토지』를 읽으면서 꿀빵에 대한 언급을 찾아보면, 우리는 이 음식이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꿀빵은 일반적으로 시장이나 거리에서 파는 음식으로 등장한다.
이는 귀족적이거나 가정 내에서 정성스럽게 준비되는 음식이 아니라, 대중적이고 접근 가능한 음식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토지』의 시대 배경상, 꿀빵이 한반도에서 파는 음식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10년대 이후다. 따라서 이 음식은 작품 속의 인물들에게 ‘근대’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새로운 것, 낯선 것,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그것이 꿀빵의 위치다.
근대 한반도의 음식 문화와 꿀빵
개항 이후 한반도의 음식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새로운 식재료가 들어왔고, 새로운 조리법이 전해졌으며, 새로운 먹는 방식이 정착되었다.
특히 도시의 소상공인들은 이런 변화에 민감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고객의 새로운 취향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꿀빵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었다. 밀가루는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밀을 사용한 음식들이 늘어났다.
설탕도 수입품이 되어 가격이 내려갔다. 이런 재료의 변화가 꿀빵 같은 새로운 음식을 가능하게 했다.
통영 꿀빵 직접 만들기
이제 우리가 통영의 꿀빵을 현대의 부엌에서 재현해보자. 원래 꿀빵은 특별한 틀이 필요한 음식이었지만, 현대에는 다양한 대체 방법이 있다.
재료
밀가루 250그램, 설탕 100그램, 달걀 2개, 베이킹파우더 1큰술, 소금 한 꼬집, 우유 150밀리리터, 버터 50그램, 팥(삶은 팥) 200그램, 꿀 3큰술.
이것이 기본 재료다. 더 정교하게 하려면, 계란 1개를 더 준비해 고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반죽 만들기
버터를 실온에서 말랑하게 준비한다. 설탕과 섞어서 크리밍한다. 이 과정에서 버터와 설탕이 함께 뭉쳐져 밝은 색깔의 크림이 된다. 계란을 하나씩 넣으면서 잘 섞는다.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한데 섞어 낸다. 이 건재료를 버터 혼합액에 넣고, 우유를 조금씩 더하면서 섞는다. 최종적으로 끈기 있는 반죽이 만들어진다.
틀에 붓기 및 찌기/굽기
전통 다이야키 틀이 있다면 사용한다. 없다면 머핀 틀을 사용할 수도 있고, 더 간단하게는 작은 팬에 숟가락으로 떨어뜨려서 구우면 된다.
틀의 절반을 반죽으로 채우고, 팥을 한 스푼 넣은 후, 다시 반죽으로 덮는다. 180도 오븐에서 약 15분 정도 굽거나, 밀폐된 팬에서 약 20분 정도 찐다. (원래 꿀빵은 대부분 찐 것이었다.)
꿀 시럽 만들기 및 마무리
꿀 3큰술에 물 2큰술을 섞어 약간 덥혀진 상태로 준비한다. 완성된 꿀빵에 이 시럽을 바른다. 이 단계에서 꿀빵은 윤기 있게 변하고, 특유의 달콤한 향이 피어난다.
통영 장터의 풍경과 꿀빵
『토지』의 통영 배경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자. 시골 장터는 각 지역의 특산물과 음식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1920-30년대 통영의 장터에는 이제 꿀빵 같은 새로운 음식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이것은 전통 사회의 마지막 순간과 근대 사회의 시작이 만나는 장면이다.
꿀빵을 팔던 상인들은 누구였을까? 아마도 젊은 여성들이거나, 몰락한 양반가의 자제들이었을 것이다.
전통적 계급 체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났고,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꿀빵은 이런 사회 변화의 미세한 흔적을 담은 음식이다.
맛의 기억: 통영 꿀빵을 먹으며
우리가 만든 통영 꿀빵을 입에 넣는다. 바삭한 겉 부분이 먼저 느껴진다(우리가 구운 경우). 혹은 쫄깃한 식감이 느껴진다(우리가 찐 경우).
그 다음 팥의 고소함과 꿀의 단맛이 어우러진다. 이것이 근대 한반도의 맛이다.
『토지』를 읽는 독자라면, 이 꿀빵을 먹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식을 먹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들은 꿀빵이 일본에서 온 음식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리고 그것을 먹으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했을까?
이런 질문들은 『토지』가 다루는 근본적인 질문들과 닿아있다. 근대 한반도에서 자신의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박경리의 문학적 세계와 음식
박경리는 이 방대한 작품 『토지』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층을 포착하려고 했다. 왕족에서부터 백정까지, 양반에서부터 노비까지, 서울에서부터 시골까지.
그리고 그 모든 계층과 지역에서 사람들은 먹는다. 음식은 『토지』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계급, 지역, 세대를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다.
꿀빵이 통영의 장터에서 팔린다는 것은, 그 시대 한반도 사회의 동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새로운 음식은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방식으로 판매되고 소비되고 있었다. 그것은 경제 구조의 변화이자, 사회 계급의 변화이자, 문화 정체성의 변화였다.
지역 음식으로서의 통영 꿀빵
현대의 통영은 여전히 꿀빵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현대의 통영 꿀빵은 『토지』의 시대의 꿀빵과는 다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리법도 변했고, 재료도 변했으며, 판매 방식도 변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영 꿀빵은 여전히 그 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문화 혼종, 근대 상업 문화의 발전, 그리고 지역 음식으로서의 정체성.
우리가 통영 꿀빵을 만들고 먹을 때,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박경리가 『토지』에서 기록한 근대 한반도의 역사를 우리의 감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결론: 문학 속 음식, 감각의 역사
『토지』는 그 웅대한 규모와 정교한 구성으로 유명하지만, 그 속에 담긴 일상의 세부들, 특히 음식에 대한 관찰도 매우 정교하다.
통영 꿀빵은 그런 세부의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근대 한반도 전체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개항의 충격, 식민지 경험, 전통과 근대의 충돌. 이 모든 것이 꿀빵이라는 작은 음식에 응축되어 있다.
박경리의 문학적 성취는 이런 세부에 대한 정교한 관찰에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 문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면, 우리도 그 세부를 직접 경험해야 한다.
우리 부엌에서 통영 꿀빵을 만들 때, 우리는 『토지』의 독자에서 나아가 그 작품의 공동 창작자가 되는 것이다.
마무리: 문학 속 음식 재현의 의미
이 4개의 글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확인했다. 문학 속 음식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대, 지역, 인물의 심리, 그리고 역사 전체를 담는 그릇이다.
메밀묵, 막국수, 평안도 음식, 그리고 통영 꿀빵. 각각의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우리는 그 음식이 속한 문학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문학 속 음식 재현기’라는 카테고리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