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문학여행 – 며칠 전 부모님과 다녀온 홍성 효도여행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다시금 혼자 발걸음을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부모님께 보여드린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문학의 감정’이 이상하게도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홍주성 돌담을 따라 걷던 순간, 돌틈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묘하게 시간을 비틀어 놓는 듯한 느낌을 주었는데,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오래전에 읽었던 시 한 편이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며칠 만에 다시 홍성을 찾게 되었고, 이번에는 책 속에서만 스치던 작가들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 보는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한 홍성 여행은 조용하고 따뜻했지만, 이번 문학여행은 조금 더 개인적인, 그리고 오래된 감정과 기억을 꺼내는 시간에 가까웠다.
누군가는 이런 여행을 ‘감성여행’이라고 부르겠지만, 내게는 과거의 나를 다시 만나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출발점 – 만해 한용운
홍성문학여행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역시 만해 한용운이다.
홍성은 그의 고향이자 사상의 뿌리가 자라난 공간이며, 유년 시절의 많은 기억이 스며든 곳이다.
📍 만해문학관(홍성군 결성면)
부모님과의 효도여행 때는 일정이 넉넉하지 않아 들르지 못했는데, 이번 문학여행에서는 가장 먼저 방문했다.
문학관 앞에 서 있는 순간, 왜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용히 머무르는 시간”을 선물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었다. 프레임이 작은 전시 공간이지만, 그 안에 담긴 만해의 삶은 결코 작지 않았다.
전시실 안에서 <님의 침묵>의 여러 판본을 바라보며, 고등학교 시절 이 시를 처음 읽던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어떤 시는 나이가 들어 다시 읽어야 마음 깊이 다가오는 법인데, 만해의 시가 딱 그러했다.
그의 고향인 결성면의 들판은 여전히 조용했다. 이미 부모님과 함께 경험한 ‘홍성의 느린 풍경’이 문학관 주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효도여행에서 느낀 고즈넉함에 문학적 깊이가 더해지니, 왠지 모르게 홍성이라는 도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홍성문학여행 2코스 – 신경림의 시와 홍성 장터
홍성하면 또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시인 신경림이다.
그의 시 ‘농무’를 읽는 순간 느껴지는 삶의 무게, 장터의 냄새, 땀과 술과 소리의 리듬은 홍성 시장과 묘하게 닮아 있다.
🛒 홍성전통시장
며칠 전 부모님과 왔을 때는 시장 구경을 짧게만 하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좀 더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시장에서 나는 냄새는 도시의 백화점에서 절대 맡을 수 없는 종류였다. 삶의 결이 고스란히 스며 있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살아 있는 공간.
어떤 점포 앞에서 아주머니가 파전을 굽고 계셨는데, 지글거리는 소리를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농무’ 시 속 춤추는 장면이 떠올랐다.
문학이라는 건 결국 일상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시장 구경을 하며 부모님이 떠올랐다. 아버지는 이런 곳을 보면 늘 “옛날 냄새 난다”고 말하셨고, 어머니는 시장에서 파는 반찬 몇 가지를 보면 “옛날에 많이 해먹던 거다”라며 이야기를 풀어놓곤 했다.
문학여행이었지만, 효도여행의 여운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홍성문학여행 3코스 – 판화가 오치규
홍성문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다. 바로 판화가 오치규.
그의 작품은 글보다 선이 먼저 말을 건네는 느낌을 준다. 홍성은 그가 태어난 지역이자, 작품 활동의 모티프를 많이 가져온 곳이기도 하다.
🎨 홍성 오치규 생가터
작품 속 강렬한 흑백 대비와는 다르게 생가 주변 풍경은 아주 부드럽고 조용했다.
누군가는 문학이라고 하면 책 속 활자만 떠올리겠지만, 홍성문학여행에서 중요한 건 ‘글을 만드는 사람들의 삶’이었다.
그리고 그 삶의 풍경은 판화 속 선처럼 선명하게 다가왔다.
예전에 홍주성에서 돌담을 만지며 느꼈던 차가운 촉감이 판화의 질감과 비슷한 기분을 주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한 기억이 문학 여행의 한 장면 속에 스며들면서, 머릿속에서 서로 다른 여행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홍성문학여행 4코스
문학여행이라 하면 보통은 전시관이나 생가터만 둘러보고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풍경 속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 갔던 용봉산 카페 거리가 떠올라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 용봉산 카페 거리, 책 읽기 좋은 창가 자리
추천하고 싶은 카페는 이전 여행에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던 바로 그곳이다. 아침 햇살이 창가로 들어올 때, 창문 너머로 보이는 용봉산 능선은 정말 그림 같았다.
여기서 꺼내든 책은 만해 한용운의 시집.
효도여행의 따뜻함과 문학여행의 감정이 한 자리에 겹쳐지면서 묘하게도 문장을 다르게 읽게 된다.
문학을 읽는다는 건 결국 ‘내가 어디에서, 어떤 감정으로 읽고 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준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창가에서 커플 여행객이 사진을 찍는 모습, 혼자 여행 온 청년이 조용히 독서를 하는 모습, 부모님을 모시고 왔던 며칠 전의 나의 모습…
그 모든 장면이 이 풍경 속에 겹쳐지는 순간, 이번 문학여행은 단순히 작가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순간들을 되짚는 여행이 되었다.
홍성문학여행 5코스 – 남당항
부모님과의 효도여행에서 남당항을 찾았을 때 바람이 세게 불어 머리칼을 뒤흔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바람은 거칠었다. 하지만 느낌은 조금 달랐다.
효도여행 때의 바람은 따뜻했고, 문학여행의 바람은 묘하게 깊었다.
서해 바다 앞에서 노트를 꺼내 글을 몇 줄 적었다. 문학여행을 하면서 많은 작가의 흔적을 만났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건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시간 그 자체”였다.
문학관의 조용함, 시장의 소란스러움, 카페 창가의 부드러움, 바닷바람의 묵직함—all of that.
이 모든 감정이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채워주었다.
홍성문학여행 – 실용적 정보 정리
📍 주요 문학 명소
- 홍성전통시장: https://www.hongseong.go.kr
- 오치규 생가터
- 홍주성 일대 산책길
🚗 교통
- 서울 → 홍성: 약 1시간 40분
☕ 카페 & 휴식
- 용봉산 카페 거리(창가 자리 추천)
홍성문학여행 총평
부모님과 함께한 홍성 효도여행이 ‘따뜻함’을 남겼다면, 혼자 떠난 홍성문학여행은 ‘깊이’를 남겼다.
여행은 시간을 나누는 일이고, 문학은 그 시간을 이야기로 바꾸는 작업이다.
홍성이라는 도시에서는 그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한 자리에 놓인다.
그래서 홍성문학여행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단순히 한 도시를 여행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오래된 페이지를 조용히 다시 읽고 나온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