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겨울 자매가 함께 떠나는 춘천-강릉 문학 여행

2026년 겨울 문학 여행 – 12월의 춘천역에 내렸을 때, 차가운 바람과 함께 어린 시절 읽었던 소설 속 문장들이 떠올랐습니다.

언니와 저는 각자의 일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우리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고, 그 배경으로 강원도의 겨울을 선택했습니다.

춘천에서 시작하는 문학 산책

김유정문학촌, 소설 속 풍경을 걷다

첫날 오전, 실레마을에 있는 김유정문학촌으로 향했습니다. 입구부터 펼쳐지는 초가집과 돌담길은 1930년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죠.

2026년 겨울 김유정 문학관

문학촌 안쪽의 ‘금따는 콩밭’ 전시관에서는 김유정 작가의 육필 원고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언니는 ‘동백꽃’ 원문을 읽으며 학창시절을 떠올렸고, 저는 작가가 실제 살았던 생가를 둘러보며 가난하지만 해학 넘치는 그의 소설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방문 팁: 문학촌 뒤편 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김유정 작가의 묘소가 나옵니다. 겨울 설경과 어우러진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춘천 명동거리, 추억의 닭갈비

점심은 명동거리 골목 안쪽의 40년 전통 닭갈비집에서 해결했습니다.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닭갈비와 막국수 한 그릇.

언니와 저는 어렸을 때 가족여행으로 왔던 춘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했습니다.

식후 명동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골목 서점 ‘책과 인생’에 들렀습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주인장이 직접 큐레이션한 지역 문학서적들이 가득했죠.

강원도 작가들의 시집과 에세이를 몇 권 구매했고, 여행 내내 숙소에서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강릉으로의 이동, 그리고 바다

경포대 해변의 겨울 풍경

둘째 날 오전 일찍 춘천을 떠나 강릉으로 이동했습니다. 경포대 해변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쯤. 겨울 동해는 여름과 완전히 다른 얼굴이었습니다.

회색빛 하늘 아래 거센 파도가 밀려오고, 해변을 걷는 사람은 우리 둘뿐. 언니는 파도 소리를 녹음하고 싶다며 한참을 서 있었고, 저는 모래사장에 앉아 이상의 시 ‘바다’를 낭독했습니다.

경포대 누각에 올라 경포호를 내려다보니, 겨울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누각 기둥에 새겨진 선조들의 시를 읽으며 수백 년 전 이곳을 찾았던 시인들도 우리와 같은 풍경을 봤을까 생각했죠.

초당동 두부마을과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경포대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초당마을로 갔습니다. 이곳은 조선시대 문인 허균과 그의 누나 허난설헌이 태어난 곳입니다.

기념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허난설헌의 한시 ‘규원’이었습니다. 재능 있는 여성이었지만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겪었을 고뇌가 느껴졌죠.

언니는 한참을 전시물 앞에 서 있더니 “우리가 지금 이렇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유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점심은 기념관 근처의 초당순두부 전문점에서. 고소한 순두부백반과 짭조름한 두부김치가 겨울 바닷바람에 시린 몸을 녹여주었습니다.

안목해변과 커피 거리

커피 한 잔의 여유

오후에는 안목해변 커피거리로 이동했습니다. 강릉이 ‘커피 도시’로 불리게 된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죠.

바다가 보이는 소규모 로스터리 카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언니는 핸드드립 케냐를, 저는 따뜻한 플랫 화이트를 주문했어요.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겨울 바다와 커피 향, 그리고 언니와의 대화.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카페 주인장께서 추천해주신 강릉 지역 작가 최승자 시인의 시집 ‘연인들’을 카페 한켠에서 발견했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어 내려가며 커피를 마셨던 그 오후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선교장과 조선의 품격

300년 전통의 한옥에서

마지막 날 오전, 선교장을 방문했습니다. 강릉 지역 사대부가의 대표적인 한옥으로, 99칸 규모의 웅장함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활래정 연못가에 앉아 겨울 정원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을 상상했습니다. 선교장 사랑채 누마루에는 수많은 문인들이 남긴 글과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인상적이었죠.

특별한 경험: 선교장에서는 전통 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한옥 사랑채에 앉아 마시는 따뜻한 대추차 한 잔이 겨울 여행의 마무리로 완벽했어요.

여행을 마치며

강릉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KTX 안. 언니는 여행 내내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고, 저는 구입한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를 도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문학 작품 속 배경을 직접 걸어보고,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언니와 깊은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었죠.

2026년 겨울, 춘천과 강릉 북부 지역은 우리 자매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바로 느림의 미학과 문학적 감성, 그리고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여행 예산 참고

  • 숙박 (1박 2일, 게스트하우스): 1인당 약 8만원
  • 식비: 1인당 약 10만원
  • 교통비 (서울-춘천-강릉): 약 7만원
  • 입장료 및 체험: 약 3만원

추천 여행 시기: 12월 중순~2월 초순. 설 연휴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물: 따뜻한 외투, 편한 신발, 카메라, 여행 중 읽을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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