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영 발견한 글쓰기의 진실 — 소설과 에세이를 가로지르는 작가의 삶

박상영 발견한 글쓰기의 진실 — 소설과 에세이를 가로지르는 작가의 삶 “글쓰기는 내게 각별한 의미의 노동이다.”

이것이 소설가 박상영이 자신의 글에 대해 내린 정의입니다. 노동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박상영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예술 활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존재의 증명”이고, “누군가의 말을 들어달라는 절절한 요청”이며,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영은 1988년생으로,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했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배웠습니다.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패리스 힐튼을 찾습니다』가 당선되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소설가로, 선택의 무게

박상영은 한때 출판사에 다니는 편집자였습니다. 책과 글과 함께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결단을 내렸습니다.

출판사에 사표를 던지고 소설가로 나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결정을 무모하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박상영에게는 그럴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 때문에 책을 썼다.”

박상영이 한 인터뷰에서 한 이 말은 그의 모든 작품의 바탕입니다. 그것은 매우 솔직한 고백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예술성” 때문에, “문학의 순수성” 때문에 글을 쓴다고 말하지만, 박상영은 훨씬 더 인간적인 이유를 말합니다.

그냥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 그리고 자신의 말도 들어달라는 간절함. 그것이 바로 그의 글쓰기의 동력입니다.

소설과 에세이, 다른 즐거움의 차이

박상영은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도 많이 씁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등의 에세이는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박상영이 보기에 소설과 에세이는 매우 다른 장르입니다.

“소설은 되게 보수적인 장르다. 눈에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 간에 모종의 합의가 있다. 반면 에세이는 형식적으로 자유롭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관찰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소설이 자유로운 장르이고 에세이가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박상영은 정반대를 말합니다. 소설이 독자와의 “약속”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세이는 그냥 나 자체다. 나이기 때문에 편안하게 재미있게 쓸 수 있다.”

이 말 역시 박상영의 창작 철학을 잘 드러냅니다. 소설에서는 캐릭터를 창조해야 하고, 플롯을 만들어야 하고, 보이지 않는 문학적 규칙들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에세이는 다릅니다. 그것은 순전히 자신입니다.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생각, 자신의 경험. 그것들을 가공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독자들 앞에 놓는 것입니다.

갓생에서 찐생으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펀치

박상영의 첫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는 출간 당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겉으로는 “다이어트 실패기”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깊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편협한 외모지상주의 세상을 향한 호쾌한 펀치”입니다.

박상영은 이 에세이에서 “희망을 잃은 세대, 피로가 공허로 전환된 시대”에 대해 말합니다.

자기 자신을 개선해야 한다는 강박, 항상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그 압박 속에서 느껴지는 끝없는 무력감. 이것들이 현대인, 특히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피로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나는 굶지 않는다. 밤을 먹고 잔다.”

이 단순한 한 문장 속에는 엄청난 저항이 있습니다. 이것은 모든 자기 개선의 강요에 대한 거부이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입니다. 박상영이 이 에세이로 2020년 한국 작가 중 최연소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롱리스트)에 올랐던 작품 『대도시의 사랑법』은 사실 그의 이런 철학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대도시의 사랑법, 퀴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의 대표작이자, 한국 퀴어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재희와 그의 상황을 통해 “도시에서, 그리고 이 시대에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묻습니다.

박상영은 한 인터뷰에서 중요한 말을 합니다. “소설 쓸 때 주제나 메시지를 생각하지 않는다”고요. 이것은 많은 문학 이론가들과는 다른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박상영의 강점입니다. 그녀는 “이런 주제를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인물은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하면서 글을 쓰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주제가 떠오릅니다.

『대도시의 사랑법』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독자들은 ‘퀴어’라는 주제 자체에 감정이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희라는 한 인물의 진정한 감정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좋은 문학의 조건입니다.

이 작품은 이후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박상영은 직접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책에서 글로 표현했던 것을 화면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박상영에게 새로운 창작의 영역을 열어주었습니다.

글쓰기의 대원칙, 일어나자마자 쓰기

박상영은 자신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명확히 말합니다. “내 글쓰기 대원칙은 일어나자마자 쓰기”라고요.

이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닙니다. 이것은 일종의 철학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음이 가장 경계가 많이 내려앉은 상태에서 쓰는 글이 가장 솔직하다는 신념입니다.

밤새 자면서 뇌가 정화되고, 하루를 살기 위해 마음을 다시 무장하기 전의 그 순간, 가장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고 있을 때 한없이 제가 좋아요.”

이것도 박상영의 또 다른 고백입니다. 글을 쓸 때, 그녀는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고통으로 느끼고, 글을 완성한 후에 비로소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박상영은 쓰는 그 과정 자체를 사랑합니다.

동시에 박상영은 또한 이렇게도 말합니다. “글쓰기가 직업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요.

이것은 자신의 창작이 비즈니스나 의무로 변질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글쓰기가 문제가 되면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여행에 대한 솔직한 고백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박상영의 최신 에세이 중 하나입니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제목과 내용의 괴리입니다. 책은 “휴식”을 이야기하지만, 박상영은 여행에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거짓말을 잘 쓰는구나”라고 박상영이 스스로를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것은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에세이가 항상 진실만을 담아야 할까요? 박상영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도 작품입니다. 그것도 하나의 창작입니다. 따라서 때로는 거짓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 거짓을 통해 더 큰 진실을 전달할 수 있을 때도 있습니다.

“쉼은 우리 사이에 있다”는 이 에세이의 핵심은, 혼자만의 휴식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의 가치를 말합니다. 2023년 8월 발표 당시,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특히 MZ세대와 젊은 직장인들에게 “쉼의 정당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3년의 침묵, 그리고 새로운 소설

2022년 이후 박상영은 거의 3년간 새로운 소설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이 침묵의 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그녀는 명확히 말합니다.

2025년 9월,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에 실린 그의 신작 『복숭아 통조림, 기억의 무게』에서 박상영은 돌아옵니다. 이 소설에는 “슬럼프에 빠진 퀴어”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박상영 자신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창작의 침묵 속에서, 그녀는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무엇을 배웠을까요?

존재의 증명으로서의 글쓰기

결국 박상영의 모든 작품은 하나의 주제로 수렴합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존재한다”는 증명입니다.

박상영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서 “글쓰기의 동력은 존재의 증명에 있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절절한 외침입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신의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신의 이야기가 가치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증명받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출발점을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다” 또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박상영은 훨씬 더 근본적인 곳에서 시작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나의 감정을 인정해달라. 나를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해달라.”

이것이 박상영의 글쓰기가 가지는 힘입니다.

2025년의 박상영, 그리고 한국 문학의 미래

박상영은 이제 작가 활동 10년차를 넘어섰습니다. 데뷔 초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었던 그 새내기 작가는 이제 한국 문학의 중요한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특히 그녀의 퀴어 문학에 대한 접근은, 한국 문학이 어떻게 더욱 다양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그녀의 에세이들은, 우리 시대의 피로와 공허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펴쓰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박상영은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글쓰기가 더 쉬워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 깊이 있는 것들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박상영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경험입니다.

“나도 이렇게 느껴, 나도 이렇게 생각해”라는 공감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박상영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쓸 때도 그 침묵 속에서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가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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