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소설가 50인이 연속으로 선택한 작가의 세계

황정은 , 소설가 50인이 연속으로 선택한 작가의 세계 “순자가 왜 이렇게 많을까?”

이것이 황정은이 『연년세세』를 쓰기 시작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질문 속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황정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란 무엇인가? 그 일상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를 어떻게 만드는가?

황정은은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중퇴했고,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마더」로 등단했습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한국 문학의 가장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연속으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2019년 『디디의 우산』, 그리고 2020년 『연년세세』. 이것은 단순한 상업적 성공이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의 작가들 자신이 황정은을 가장 뛰어난 소설가로 인정했다는 의미입니다.

일상으로부터의 깨달음

황정은의 작품들을 읽으면 처음 받는 인상은 “낯설면서도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그의 문체는 독특합니다. 보도적(報道的)인 문체, 즉 객관적으로 사실을 기술하는 방식으로 시작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철학적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황정은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소설은 작가가 세상을 골똘히 생각한 결과다.” 이 한 문장은 그의 모든 창작 활동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그것을 말과 문장으로 옮기려 합니다.

“최근에는 매일 저녁 ‘문학의 쓸모’를 생각한다”고 그는 고백합니다. 이것은 매우 성찰적인 발언입니다.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얼마나 많은 상을 탈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 반해, 황정은은 “문학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것이 바로 황정은이 다른 작가들로부터 존경받는 이유입니다. 그는 문학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철학: 연년세세와 시간의 의미

『연년세세』는 황정은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이 소설은 1946년생 이순일(또는 순자)이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두 딸과의 관계를 다룹니다.

제목부터 이미 철학적입니다. “연년세세(年年歲歲)”는 “해마다, 세월이 거듭되어”라는 뜻입니다.

황정은은 『디디의 우산』을 쓰면서 “대대손손”이라는 표현을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대대손손”은 수직적(수직으로 내려가는 세대)이고, 그가 찾던 표현은 수평적이어야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수평선상에 놓여있는 그런 시간성을 표현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연년세세”를 택했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같은 이름을 가진 여성들의 삶이 어떻게 다르면서도 비슷한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1946년에 태어난 순자, 그리고 그녀의 딸 한영진, 손녀 세대까지. 각 세대는 다른 시대를 살지만, 그들이 마주치는 문제들은 놀랍게도 유사합니다.

관계의 복잡함, 사랑의 어려움, 그리고 “순하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질문.

황정은이 『연년세세』 창작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는 등장인물들이 “납득할 수 없는 선택”을 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썼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황정은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잘 모르면서 바라고, 이어지는 삶”이 바로 우리가 사는 실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문학이 완벽한 논리로 인물을 만들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할 때, 그것은 현실에서 멀어집니다. 하지만 황정은은 현실을 직시합니다.

우리는 모두 “잘 모르면서” 살고 있고, 그런데도 어떤 것을 “바라며” 살아간다는 것을요.

디디의 우산, 역사와 개인의 만남

『디디의 우산』은 황정은의 또 다른 대표작입니다. 이 연작소설은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라는 두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한국의 현대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들은 “뜨거운 분노”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황정은은 그 사건들을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의 실제 삶”이라는 관점에서 그려냅니다.

역사는 먼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옆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 녹아 있습니다.

『디디의 우산』으로 황정은은 만해문학상과 5·18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문학상이 아닙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를 그려낸 작품에 주어지는 상입니다.

리얼리즘의 경지: 현실 묘사의 탁월함

황정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리얼리즘”입니다. 그는 “탄탄한 리얼리스트”이며, “현실 묘사 능력이 뛰어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사실적으로 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황정은의 리얼리즘은 더욱 정교합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아파트의 냄새, 버스 정류장의 빛, 식당의 소음, 사람들의 대사.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소설에서는 마치 우리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의 리얼리즘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단순한 “기술적 정확성”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황정은의 현실 묘사는 철학적입니다. 한 번 손을 대면 좀처럼 끊을 수 없는 소설을 만드는 그의 능력은, 그것이 “기묘하지만 아름답고, 그리고 힘찬” 것에서 비롯됩니다.

낯선 것 속의 이야기 만들기

황정은의 창작 방식은 매우 특별합니다. 그는 “서사에 리듬을 입힌다”고 표현됩니다. 이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그의 작품을 읽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황정은이 이야기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소설의 방식이 아닙니다. 인물이 감정을 드러내고, 사건이 일어나고, 갈등이 고조되고, 결말에 이르는 그런 고전적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모아, 그것들을 어떤 리듬감 있게 배열합니다.

그러면 독자는 처음엔 낯설고 어쩌면 따분해 보이는 것들이 사실 얼마나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기술적 정확성”의 수준을 넘어, 거의 “예술”에 가깝습니다. 음악에서 음표들을 배열하여 멜로디를 만드는 것처럼, 황정은은 문장들과 장면들을 배열하여 인생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정세랑

소설이 독자와 만나는 방식

황정은은 흥미로운 지적을 합니다. 『디디의 우산』과 『연년세세』의 경우,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독자와 작가 사이에 대화가 발생한다”고요. 그리고 이것이 다른 책들보다 더 강하게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책은 일방향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독자가 그것을 읽는 것.

하지만 황정은의 작품들은 다릅니다.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물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 물음이 책 속 인물들의 물음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대화”입니다.

에세이로의 확장: 일기와 관찰

황정은은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도 씁니다. 2021년에는 『일기』라는 에세이를 출간했고, 2025년에는 『작은 일기』라는 신작 에세이를 출간했습니다. 특히 『작은 일기』는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를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황정은의 에세이는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만납니다. 그것은 더 직접적이고, 더 개인적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철학적입니다.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그는 우리 시대의 주요 사건들이 한 개인의 일상과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줍니다.

깊이와 대중성의 균형

황정은의 가장 큰 성취는, “깊이 있으면서도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문학가들이 “깊이”와 “대중성”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깊이 있으려면 어렵고 폐쇄적이어야 한다고, 대중적이려면 얕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황정은은 이 두 가지를 모두 성취합니다. 그의 소설은 문학적으로 높은 수준이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가 다루는 주제들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상, 가족, 사랑, 시간, 죽음. 이 모든 것은 우리 모두의 경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가 50인이 연속으로 그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깊이”를 찾고 있었고, 동시에 그 깊이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문학의 쓸모, 황정은이 찾는 답

황정은은 “매일 저녁 문학의 쓸모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찾은 답은 무엇일까요?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 그 답이 조금씩 보입니다. 문학의 쓸모는 우리에게 “다른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문학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줍니다. 황정은의 소설을 읽는 누군가는, 그 책 속 인물과 자신의 경험이 얼마나 비슷한지에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진정한 쓸모가 아닐까요?

황정은이 보여주는 미래

황정은은 지금 50세입니다. 아직 많은 작품을 쓸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작은 일기』를 통해 그는 우리 시대의 “그날들”에 대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계엄령의 날들, 불안의 날들, 하지만 동시에 그 속에서도 계속되는 일상의 날들.

황정은이 앞으로 쓸 작품들은 무엇일까요? 그것도 아마도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로부터, 우리는 다시 한번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게 될 것입니다.

황정은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경험입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철학적이고 의미 있는 것인지를 깨닫는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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