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여우난골족』 – 평안도 음식, 서울에서 재현하기

백석 『여우난골족』 – 평안도 음식, 서울에서 재현하기백석(1912-1996)은 한국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특한 목소리를 가진 시인이자 산문가다.

특히 그의 산문집 『여우난골족』(1936)은 평안도 지역의 풍속과 음식,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찰의 결과물이다.

백석의 향수와 평안도의 맛

백석이 왜 평안도에 그토록 많은 애정을 쏟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여러 답이 있을 것이지만, 가장 근본적인 답은 그의 고향 의식이다. 평안도는 백석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이자 현재의 정체성 기반이었다.

『여우난골족』의 글들 속에서 등장하는 음식들은 무엇인가? 이것은 단순한 요리 기록이 아니라, 한 문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펼쳐낸 기억의 지도다.

평안도의 음식은 중국, 몽골, 그리고 러시아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특한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평양 지역의 음식문화는 조선시대 이래로 가장 세련되고 다채로웠다.

평양은 한반도의 경제 중심지였고, 따라서 다양한 식재료와 요리 방식이 모였던 곳이었다.

평안도 음식의 특징

평안도 음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지역의 지리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평안도는 한반도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으며, 대동강과 청천강이 흐르는 비옥한 농경지다.

이곳은 벼농사와 콩농사, 그리고 각종 채소 재배에 적합했다. 또한 대동강을 통한 수운(水運)이 발달했으므로, 주변 지역과의 물품 교역이 활발했다.

이런 조건들이 합쳐져서, 평안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다양하고 정교한 음식문화를 갖춘 지역이 되었다.

평안도 음식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간장과 된장 같은 장류를 많이 사용한다. 평안도의 메주와 장은 품질이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둘째, 고기 요리가 많은 편이다. 특히 돼지고기를 활용한 음식들이 많다. 이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국수 문화가 발달했다. 평양냉면은 고조선 이래로 유명했던 음식이다.

넷째, 떡과 찹쌀을 이용한 음식들이 많다.

다섯째, 젓갈 문화가 발달했다. 특히 새우젓과 멸치젓 등이 유명했다.

백석이 기록한 평안도 음식들

『여우난골족』을 다시 펼쳐 보면, 여러 음식들이 등장한다. 백석이 직접 이름을 언급하는 음식들, 혹은 묘사를 통해 우리가 추측할 수 있는 음식들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평안도식 저장 음식’과 ‘평안도식 고기 요리’다.

평안도의 저장 음식 문화는 매우 발달했다. 겨울이 길고 추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음식의 장기 보관은 생존 문제였다.

김장도 그 중 하나지만, 평안도식 김장은 양념의 방식이 현재의 김장과 다를 수 있다. 또한 각종 장류, 젓갈, 건조 식품들이 중요했다.

이런 음식들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것이었다.

평안도식 음식 재현: 뭉치, 순대, 그리고 국

우리가 현대의 서울에서 평안도 음식을 재현하려면, 먼저 어떤 음식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백석이 직접 언급한 음식들 중에서, 그리고 평안도의 대표적 음식들 중에서 몇 가지를 선택해 보자.

1. 평안도식 순대(평양순대)

평양순대는 현대의 우리가 먹는 순대와는 조금 다르다. 현대의 순대는 주로 돼지 내장에 돼지 피를 섞은 것을 채우지만, 평양순대는 여기에 다양한 부재료를 더한다. 특히 송사리, 고기, 그리고 각종 채소가 들어간다.

재료

돼지 대창 1미터 정도, 돼지고기(앞다리 살) 200그램, 송사리 100그램(또는 생선 100그램), 돼지 피 100그램, 쌀밥 100그램, 파 50그램, 양념장용 간장·설탕·참기름 등.

평안도식 순대의 핵심은 송사리의 사용이다. 이는 대동강의 산물이며, 평양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재료다.

만드는 과정

돼지고기는 잘게 다진다. 송사리는 내장을 제거하고 으깬다. 쌀밥에 간장양념을 하여 준비한다. 돼지 대창을 깨끗이 씻고, 준비한 재료들을 섞어서 채운다. 한데 모아서 끓인 물에 삶는다.

약 30분 정도 삶으면 완성된다. 먹을 때는 적당히 잘라서 초장이나 간장양념에 찍어 먹는다.

2. 평안도식 장국(두부 장국)

평안도식 국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두부를 넣은 장국이다. 이것은 간단하지만 매우 풍미 있는 음식이다.

재료

두부 1모, 쇠고기(우거지 국의 경우 우거지) 200그램, 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 마늘, 파, 고추, 참기름, 소금. 평안도식 장국의 특징은 고추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남쪽의 국과는 다른 특징이다.

만드는 과정

쇠고기를 준비하고, 물을 끓인다. 고기가 익으면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낸다. 두부를 크기별로 자르거나 손으로 부수어서 넣는다. 마늘, 파, 고추를 넣고 약간 더 끓인다. 마지막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3. 평안도식 떡국

떡국은 설날에 특히 즐겨지는 음식인데, 평안도식 떡국은 현대의 서울식 떡국과는 다르다.

재료

떡(현미떡이나 메밀떡), 계란, 쇠고기(소시지 가능), 미역, 간장양념, 파, 마늘, 참기름.

만드는 과정

육수를 우린다(또는 기존 국물 사용). 떡을 넣고 익힌다. 계란지단을 채로 썬 것을 올린다. 소시지나 쇠고기를 채로 썬 것을 올린다. 파와 마늘을 넣고, 간장양념으로 맛을 낸다.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는다.

『여우난골족』

평안도 음식의 간장 양념장

평안도 음식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간장 양념장이다. 이 양념장은 현대의 양념장과는 다르다.

평안도식 간장양념장

간장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파(다진 것) 1큰술, 고춧가루 1티스푼, 참기름 1티스푼, 참깨 1티스푼, 설탕 1티스푼. 이 양념장은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평안도 음식의 정체성이 이 양념장 속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산문과 음식: 기억의 재구성

『여우난골족』을 읽으면서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백석이 음식을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평안도의 마음과 문화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가 평안도의 여우들에 대해 쓸 때, 그리고 평안도의 민간 신앙에 대해 쓸 때, 그 속에는 항상 음식이 있다.

음식은 신(神)에 대한 제물이자, 사람들이 함께 나누는 것이자, 계절의 변화를 담은 것이자, 빈부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백석의 관점에서 보면, 평안도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영혼을 담은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평안도 음식을 재현할 때, 우리는 단순히 요리 레시피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백석이 사랑했던 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에서 평안도를 만나다

흥미로운 점은, 현대에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가 평안도의 음식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송사리, 대동강의 물, 평안도의 된장, 그 지역의 채소와 곡물—이 모든 것들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우리가 완전히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 시도는 더욱 의미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현재의 재료를 가지고 평안도식의 조리 방식과 정신을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백석이 무엇을 사랑했는지, 왜 그가 평안도의 음식에 대해 그렇게 정성스럽게 기록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평안도 음식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만날 수 없다. 분단 때문이다. 하지만 문학을 통해, 그리고 음식 재현을 통해 우리는 그 잃어버린 세계와 만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백석의 산문과 평안도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현재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의는, 그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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